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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Miami 5x16 - Broken Home by 산채비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연쇄살인범은 형사/추리물에서는 너무도 진부해서, 한때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몇몇 연쇄살인마들의 얘기일 지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대로 차용하기는 어려울 지경이다. 추리소설 작가들의 상상력은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들을 1위부터 100위까지 조합한 것보다 더 악랄하고 대담한 범인들을 양산해냈고, 그 덕분에 '몇십 명 정도 잔혹하게 살인하고 암매장한 살인마'정도는 좀도둑같이 느껴질 지경이다. 물론 이건 실제상황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얘기다. (하지만, 컬럼바인 고등학교나 버지니아 공대사건 정도의 희대의 총기난사사건도 왠만한 액션 혹은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거의 다 나오기도 하니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하긴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몇명을 죽이고 얼마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느냐 같은 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최근에 나온 많은 드라마의 '연쇄살인범'은 실제의 그들과는 다른 '특이한 행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범행 행태의 양상(흔히 MO-Modus Operandi라고 한다)을 보이긴 하지만, 요즘 영화/드라마에 나타나는 연쇄살인범들은 형사들과 퍼즐맞추기나 체스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며 논다. 점차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연쇄살인환타지'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특히 최근 작품들을 돌아보면 거의 연쇄살인계의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가상의' 연쇄살인마들의 모델이 되었던 실제 역사 상의 유명한 연쇄살인자들을 한방에 보내버릴만한 연쇄살인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들과는 크게 다른 종류의 연쇄살인자이긴 하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살인마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사람의 이름은 바로 닥터 해롤드 쉽먼(Dr. Harold Shipman)이다. 그 이름 앞에 붙어 있는 '닥터(Dr.)'는 닥터 페퍼(탄산음료의 이름)나 닥터 K(삼진왕)따위에 붙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진짜 '의사(Medical Doctor)'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전에도 연쇄살인마의 명단에 높은 자리를 차지한 의사들이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닥터 쉽먼처럼 재야(?)에서 꾸준하게 살인을 지속했던 의사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어떤 의미로든 그에 비견될만한 수준의 살인마는 테드 번디나 칼잡이 잭(Jack the Ripper)같은 신화적(?) 살인마밖에 없으니 말이다. 

   [추가: 사실 테드 번디나 칼잡이 잭은 그 이후 등장한 많은 악명높고 완전히 맛이 간 연쇄살인마들에 비하면 그저 평범한 연쇄살인마로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살인마 쯤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CSI: Miami 5x16 - Broken Home 의 얘기를 잠시 해보자. 이 기름기 넘치는 얼굴의 레스커 박사라는 자는 조지아,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세 주에서 7명의 죽음에 다다른 사람들에게 팬큐로니움(pancuronium)을 주사하여 안락사시킨 후, 그들의 금품을 훔쳤다. 어쩌면 적극적 안락사 혹은 의사의 자살방조(physician-assisted suicide;PAS)로 유명한 닥터 케보키언(Dr. Jack Kevorkian)같은 느낌이 없지 않긴 하다만은, 이 레스커라는 작자는 환자들의 금품을 훔치면서 그 순수성(?)이 많이 훼손되긴 했다. 케보키언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자의 행위는 확실한 범법행위임은 확실하니 말이다. (혹시 케보키언이 누군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서 약간 부언하자면, 미국내의 안락사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으로, 안락사를 돕는 기계를 만들어서 말기환자들의 죽음을 도운 사람이다. 안락사의 문제는 간단히 법의학적으로만 논하기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므로 여기서는 잠시 패스......)
 
          그림 5.16.1 의료살인범의 얼굴에 먹칠(?)을 한 좀도둑 닥터 레스커.
  
     이 작자가 이 업계(?)에서 좀도둑질을 조금 했다면, 닥터 쉽먼은 슈퍼스타답게 행동했다. 짧게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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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롤드 프레데릭 쉽먼

      1946년 1월 14일 영국의 노팅엄에서 태어남 
      1965년              리즈 대학에서 의학교육을 받음
      1966년              결혼
      1970-1971년       대학졸업, 폰테프락트 종합병원에서 일함
      1974년              토드모든에서 가정의학으로 공동개원을 시작함
      1975년              약물의 부정취득, 처방전위조, 페치딘의 불법소유혐의에 대한 유죄판결로 벌금형에 처해짐
                             더햄에서 CMO로 일함
      1977년              하이드에서 공동개원에 참여
      1992년              하이드에서 단독개원 시작
      1998년 3월         한 가정의학개원의가 쉽먼의 환자들의 높은 사망율에 대해 검시관(coroner)에게 보고,
                             이후 경찰 수사 후에 기각됨
                7월         한 피해자의 딸이 재산을 쉽먼에게 남긴 유언장이 위조되었을 것으로 의심, 신고함
                9월         경찰에 의해 체포됨
       2000년             15건의 살인과 1건의 유언장 위조로 유죄판결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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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자료만으로는 그저 15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에 지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건 그저 시작에 지나지 않는 얘기였다. 쉽먼이 선택한 약은 다이아몰핀(diamorphine)이었는데, 이는 약물로 쓰는 헤로인이었다. 총 12예에서 무덤을 파낸 후에 부검이 실시되었고, 이들 중에서 9예(사후경과기간은 38일에서 852일까지였다)가 기소 대상이었던 희생자 15명 중에 속해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쉽먼에 의해 고령이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진단되었으나, 실제 그런 증거는 없었고 넓적다리근육과 간 조직에서 모르핀이 검출되었다. 이에 대한 조사[2]가 실시되었고 그가 23년 동안 살해했던 사람들은 220~2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에 대해 쉽먼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2003년에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대개의 희생자는 고령의 여성이었으며, 그들과 그들의 보호자들 대부분이 그를 아주 좋은 의사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심지어는 그가 살인자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살인을 저지른 것 외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의사였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검거될 당시 쉽먼의 나이가 50대 였던 것을 생각하면 나이든 여성을 주로 대상으로 삼았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살인은 어떤 경우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쉽먼의 살인 패턴은 일정한 형태로, 마지막 희생자였던 캐슬린 그런디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그녀는 81세였지만 사회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던 열정적이고 건강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쉽먼에게 귓 속을 세척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고, 그 다음날 연구목적의 채혈을 위해 쉽먼은 그녀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다음날 그런디는 매일 나가던 봉사단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걱정된 동료들이 그녀을 집에 갔을때 집의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그런디는 옷을 차려 입은 채로 쇼파에 앉아 죽어 있었다. 검시를 위해 쉽먼이 와서 '심장마비'라고 얘기했고, 검시관에게는 '고령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했다. 다소 격앙되고 괴이한 모습이긴 했으나, 그냥 거기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그가 그런디의 유언장을 위조했던 것이었다. (연쇄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한 몇몇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내용처럼, 어느날 충동적으로 자신이 해온 일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 인생을 조지는 지름길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같다.) 이때 쯤 쉽먼은 1주일에 한번 정도의 살인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3] 상식적인 수준의 범죄심리학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어차피 파국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 위조 문제만 아니었으면, 그의 범죄는 충분히 그 이후에도 지속되었을지도 모른다. 검거당시 그가 처방받았던 다이아몰핀의 양은 20,000mg에 달했고, 그때까지 그를 의심했던 환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의사들은 때로는 그럴 의도도 없이, 연쇄살인범 취급을 받기도 하며(병원입구에 상여를 갖다놓고,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하는 사람들의 플랭카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오래된 의사들의 조크 중에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인 연쇄살인범의 직업은 의사이다'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의사들이 진정한 연쇄살인마로 다시 태어나는(?) 예가 없지는 않다. 물론 닥터 쉽먼의 수준에 이르기는 어렵겠지만(어쩌면 좀 더 교묘한 방법으로 더욱 거대한 규모의 비밀스러운 연쇄살인을 하고 있는 의사가 있을지도 모르긴 해도), 비슷한 형태의 살인 사건은 세상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프리카의 쉽먼이라고 불렸던 닥터 스완고(Dr. Michael Swango) 역시 짐바브웨와 잠비아에서 10여년간 60여명의 환자를 살해했다. 그다지 대중화된 용어는 아니지만, 의사살(醫師殺, clinicide) 라는 용어는 의사가 치료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환자들에게 발생한 변사사건을 말한다. (사실 이 영문용어는 살충제의 상품명과 같아서 혼동을 줄 수도 있고, 덧붙여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우리말 용어는 필자가 임의로 붙인 것에 지나지 않지만, 두가지 다 적절하게 대체할만한 다른 용어가 없으니 그냥 쓰기로 하자) 이런 의료살인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동료, 가족, 연인 등 주변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플란[4]은 의료살인자를 세 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간단히 각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의료연쇄살인자
    
       쉽먼이나 스완고같은 부류이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인 닥터 프시오(Dr. Marcel Petiot, 1926-1944년 사이에 100~200명 정도의 사람을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찌로부터 피난민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스파이들을 처단했다고 주장했으나, 1946년에 기요틴형을 받았다.), 쉽먼 이전에 영국에서 활약한 닥터 바지킨 아담스(Dr. John Bodkin Adams, 100명 이상의 사람을 죽였으나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 대한 안락사임을 주장해서 실형을 면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최악의 연쇄살인범 닥터 네셋(Dr. Arnfinn Nesset, 5년 사이에 137명의 사람을 너싱홈에서 큐라레를 주사해서 살해했다.) 등이 있다. 이런 형태의 범죄는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현대에 들어서도 의료전달체계나 검시제도의 맹점 때문에 이런 범죄가 장기적으로 은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2. 치료살인자

       이 부류의 살인자는 다수의 환자가 사망하였지만, 그 살해의도나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이다. 대개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가 계속 죽어나가게 되면 다른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것을 막겠지만, 여러가지 이유 혹은 때로는 전혀 알수 없는 이유로 치료를 계속한 경우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호주의 닥터 베일리(Dr. Harry Bailey, '깊은 수면치료'라는 이름하에 고용량의 약물을 투여하여 환자들을 혼수상태에 빠지게 해서, 적어도 85명 이상의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왕년에 잘 나가던 외과의사 닥터 소워브룩 (Dr. Ferdinand Sauerbruch,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외과의사였으나 혈관치매(vascular dementia)를 앓은 이후, 수술장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냈다. 이후, 수술이 금지된 이후에도 집안 식탁에서 마취없이 집안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서 수술을 계속해서 많은 희생자를 양산했다.), 미시건의 팜밍턴 타운쉽에서 개원했던 닥터 클락(Dr. Ronald E. Clark, 1954-1967년 사이에 자신의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수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비서를 살해한 이후 구속되었다.) 호주의 퀸스랜드 분다버그에서 개원한 닥터 파텔 (Dr. Jayant Patel, 짧은 기간 동안 87명을 살해했다.)등이 있고, 이외에도 영국 왕 조지 5세를 독살한 도슨 경(Lord Dawson)과 몇몇 안락사 관련의사들이 여기에 속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대로 안락사는 여러가지 고려가 있어야 하니 이런 살인마들과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하긴 조금 힘들것 같다.

    3. 정치적대량살인자 

    이 부류의 의사들은 다른 연쇄살인자와 조금 다른 형태로 전쟁이나 인종청소등의 미명하에 대량학살(genocide)에 가담한 의사들을 말한다.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에서의 닥터 사키르(Dr. Behaeddin Sakir)나 닥터 나짐(Dr. Mehmett Nazim),  유명한 나찌의 멩겔레(Joseph Mengele), 일제의 731부대에 소속되어 대량학살을 행하였던 의사들, 반인종차별 단체원의 학살을 도운 남아공의 닥터 베슨(Dr. Wouter Basson), 보스니아 대량학살을 이끈 정신과의사 닥터 카라드지치(Dr. Radovan Karadzic) 등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의사라는 것외에는 그다지 언급할 사실은 별로 없는 듯하다.


    어쨌거나 이들의 범행은 상당한 수의 희생자가 생길때까지도 충분히 은폐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이들의 범행을 인지한 경우라도 그것을 증명하거나 기소하는 것 조차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CSI: Miami 5x16 - Broken Home에서는 매장된 시체를 다시 파내어 레스커가 사용한 팬큐로니움이 시체 내에 있음을 밝혔다. 의료살인자들 중에서도 실제로도 닥터 쉽먼의 경우처럼 체내에 오래 잔존하는 독특한 독극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독살을 위해 체내에 짧은 시간만 존재하는 약물을 사용했거나, 환자의 치료약으로 쓰고 있던 약물을 일시적으로 과다하게 투여하거나, 혹은 비약물적인 방법을 이용한다면, 현행범이 아닌 이상 거의 밝혀낼 방법조차 없는 것이다.    
    
          그림 5.16.2 시체를 다시 꺼내서 알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팬큐로니움이라....... 물론, 이 약물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한 듯 하다. 파블론(Pavulon)이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이용한 연쇄살인마가 있긴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와 군, 그리고 37개 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약물주입 처형법(lethal injection)에도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티오펜탈(thiopental), 팬큐로니움, 염화칼륨(potassium chloride)의 세가지 약물이 함께 쓰여지고 있다. 바비튜레이트인 티오펜탈이 혼수상태를 유발하고, 염화칼륨이 심정지를 유발하며, 팬큐로니움이 호흡근을 정지시켜 화학적 질식을 유발한다고 하나, 실제로 이런 기전들이 '고통없는 죽음'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5]) 팬큐로니움은 안락사에 흔히 사용되는 약물에도 끼어 있다.

       그림 5.16.3 이런 건 '제가 연쇄살인자입니다'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랄 밖에...... 

    팬큐로니움은 대표적인 비탈분극성(non-depolarising) 큐라레양(curare-mimetic)의 근이완제로, 신경근 접합에서 경쟁적 아세틸콜린 길항제로 작용한다. 비탈분극성이기 때문에 주사시에 근육연축을 보이지 않으며, 호르몬작용이 없고, 미주신경억제는 미미하며, 신경절억제효과도 없다. 95% 효과용량은 정맥주사시 체중 당 60 µg/kg 정도로 강력하다. 삽관이나 수술시 근이완 같은 마취용도로 쓰일 때는 100 µg/kg IV 정도의 용량을 사용한다. 삽관 시에는 주입 후 90-120초 후에, 수술시 근이완을 위해서는 2-4분 후에 작용이 시작되며, 임상적인 효과는 대개 100분 이상 지속된다. [6] 자세한 얘기는 이 포스트의 수준을 넘어가는 얘기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사진 5.16.4  신경근 억제 효과가 있는 천연 혹은 합성 아데노스테로이드들의 구조식 [7]

    물론, 팬크로니움이 위에 말한 것 같은 의료적인 용도로 쓰이며, 특성상 그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비교적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의료살인자들에게도 자주 쓰일 듯 하지만, 실제로 처형을 위한 약물주입과 안락사에 주로 쓰인다고 (대중에게) 알려진 약이기 때문에 사용이나 처방에 주저함이 있을 수 있다. 개인이 다량의 팬크로니움을 처방하거나 구입했다가는 당장 수사대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 에피소드에서 CSI 팀이 운이 좋았던 것(물론 닥터 레스커에게는 재앙이었겠지만)은 시체가 매장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부검을 하게 된 것이다. 칼라[8]의 연구에 따르면 팬크로니움은 시체내에서 매우 불안정하며, 쉽게 분해되어 실온에서 3개월 이상 방치된 시체에서 추출되는 팬크로니움의 양은 최초 측정된 양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측컨데, 닥터 레스커가 좋은 변호사만 쓴다면, 7건의 살인 사건 중에서 1건만이 기소될 것 같으며, 이 또한 안락사임을 강조하면 적어도 종신형이나 사형(플로리다 주는 사형제도가 있는 주 중에 하나다)는 면하지 않을까 한다는........ 뭐 아니면 말고.

    어쨌거나 의사에 의한 연쇄살인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주류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건 자체가 은폐되어 많은 희생자를 양산하는 것도 큰 문제겠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이 환자와의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의사를 만나게 될 확률은 로또 당첨보다 힘든 일이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엔 보고된 바가 없으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암튼, 의료전달체계와 검시제도가 좀 더 발달하게 되면 점차로 이런 짓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더욱 자주 나오겠지만 말이다.

    참고문헌

    1. 파운더 DJ. 닥터 쉽먼의 예. Am J Forensic Med Pathol 2003;24:219-226.
    2. 쉽먼 조사서 (The Shipman Inquiry, http://the-shipman-inquiry.org.uk/home.asp
    3. 허위츠 B. 가장 의학적인 살인, 가장 신중한 처리. Lancet 2004;364:38-39.
    4. 카플란 R. 의사살(醫師殺) 현상: 의학적 살인의 설명. Australasian Psychiatry 2007;15:299-304.
    5. 짐머 TA, 셀던 J. 루바스키 DA. 로페즈-무노즈 F, 워터맨 L 외. 사형을 위한 치명적 주사: 화학적 질식? PLoS Med 4(4): e156.doi:10.1371/journal.pmed.0040156.
    6. 위키피디어, 팬큐로니움 (http://en.wikipedia.org/wiki/Pancuronium)
    7. 맥켄지 AG. 팬큐로니움과 벡크로니움의 전주곡. Anasethesia 2000;55:551-6.
    8. 칼라 M, 레코비츠 W. 치명적인 파블론 근주후 사후 혈액및 간 조직에서 팬큐로니움의 불안정성.Forensic Sci Int 2004;143: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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