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으로 볼 부분은 그다지 길지 않은 회상 부분이다.
2. 부검 장면의 회상 (56페이지~)
5분 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라망슈의 설명을 들었다. 방금 젊은 여성이 실려왔다. 사체(*1. 시체)는 심하게 폭행당하고 절단되어 있다. 외부 소견으로는 신원 감정 불가능. 그는 베르주롱에게 치아를, 내게 뼈의 골절(*2. 잘린)면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부검실의 분위기는 위층의 흥청거리는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조되었다. 주 경찰과 형사가 서로(*3. 퀘벡주경찰의 형사 둘이, 원문에서는 Two SQ [Sûreté du Québec] detectives) 좀 떨어진 곳에 서 있고, 신원확인반에서 온 제복 경관이 사진을 찍었다. 부검의(*4. 의료기사)가 말없이 유체(*5. 시신)의 모양을 맞추고 있었다. 형사들은 말이 없었다. 농담도 빈정거림도 없었다. 평소 때의 희롱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부검대에 눕혀진 참혹한 시신의 기록을 남기는 찰칵 찰칵하는 셔터 소리 뿐이었다.
토막 난 부분들이 모여 사람 형태를 만들어갔다. 피투성이의 여섯개 부분은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정확히 놓여졌지만 각도가 약간 틀어져, 비뚤어진 자세의 등신대 플라스틱 인형 같았다. 전체적으로 이상한(*6. 섬뜩한) 모습이었다.
머리는 목 위쪽에서 절단되었는데, 절단부의 근육이 선명한 황적색을 띠었다. 청백색의 피부가 절단된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둘러싸 마치 신선한 생살과의 접촉을 싫어하는 듯 보였다. (*7. 창백한 피부가 손상의 가장자리에서, 마치 신선한 살점에 튕겨나온 것처럼 살짝 말려 있었다.) 눈은 반쯤 뜨고 있었고, 오른쪽 콧구멍에서 작은 핏자국이 뻗어나와(*8. 복잡하게 말라붙은 핏줄기가 흘러내려) 있었다. 머리칼은 축축하고 머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긴 금발이었다.
몸통은 허리쯤에서 두 개로 절단되어 있었다. 상반신에 양팔이 붙어 있었는데, 팔꿈치를 구부려 양손이 배위에 놓여 있었다. 손을 모으지(*9. 손가락을 깍지 끼우지) 않았다는 것만 틀릴 뿐 관에 놓였을 때의 자세였다.
오른손이 중간에 잘려나가 유백색의 힘줄 끝이 억지로 잡아 뺀 전기 코드처럼 비어져 나와 있었다. 왼손이 범인에게는 성공작이었던 것 같았다. 부검의(*4. 의료기사)가 왼손을 머리 옆에 놓았다. 구부러진 손가락이 마치 쭈글쭈글한 거미 다리 같아 보였다.
가슴은 목부터 빼까지 일직선으로(*10 길이방향으로) 갈라져 유방이 흉곽 양쪽에 늘어져 있고, 그 무게로 갈라진 살덩이를 좌우로 끌어당겼다. 하반신은 허리부터 무릎까지 붙어 있었다.(*11. 절개의 아랫부분은 허리에서 무릎까지 이어져 있었다.) 무릎 아랫부분은 정상적인 위치의 아래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무릎 관절 접합부의 구속에서 벗어나 옆쪽으로 돌아가 발가락 끝이 밖을 향하고 있었다.
연한 핑크색으로 칠해진 발톱을 보자 가슴이 찌르는 듯 아팠다. 그 단순한 행동이 친근한 일상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더욱 아팠고, 그 아이를 시트로 덮어주고 혼자 놔두라고 모두에게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꼼짝 않고 선 채 지켜보며 내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들쑥날쑥한 두피 열상(*12 찢긴 상처- 물론 두피라는 것도 '머리덮개'라는 우리말 용어가 있지만 실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쪽을 쓰는 것이 나을 듯하다.)의 가장자리를 생각해 낼 수 있다. 둔기로 되풀이하여 얻어맞은 증거였다. 목의 타박상도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난다. 실핏줄(*13 작은 혈관 혹은 모세혈관 쯤이 더 적절하다) 이 파열하여(*14 터져서) 생긴 작은 점들인 각막의(*15. '눈의' 혹은 '결막의'가 맞다. 각막(cornea)은 정상적으로 혈관이 없는 부위다. 원문에서는 눈으로 되어있다.) 출혈점(*16. 점출혈이 적절한 표현이다)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경정맥(*17 목정맥)에 엄청난 압력을 받아 생긴 것으로 교살(*18 목졸림)의 전형적인 징후였다.
>> 참고로 말하자면, 번역이 틀렸으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필자는 사실 그렇게까지 성질더러운 사람은 아니고, 번역이라는 게 원래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필자도 많은 번역을 하고 있고 이따금 옛날 번역을 보면 참 부끄러운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종의 자기방어(?) 차원이랄까.
>> 때로 번역작업이 두 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일이 있다. (이 부분의 번역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특히 날림번역 중에서는 번역자로 이름이 적힌 사람이 실제 원문을 안보게 되는 불상사도 흔히 생기게 된다. 불행히도 처음 번역한 사람의 제대로 된 번역이 그것을 감수(?)하는 사람 혹은 편집자의 무지로 인해 황당한 의역으로 바뀔 수도 있다. 뭐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해두자.
>> 의료기사(technician)를 부검의라고 잘못 번역한 부분이 있는데...... 틀린 건 틀린 거고....... 어쨌거나 부검의라는 용어는 법의의사들이 그다지 좋아하는 용어는 아니다. 물론 '이 부검은 의사 OOO에 의해서 행해졌다(The autopsy was performed by Dr. OOO)'라는 식의 공식적인 언급에서는 적절한 표현일 수 있지만, 법의의사를 묶어서 부검의라고 부르는 건 (주로 하는 일로 직업의 이름을 붙이는 건) 마치 외과의사를 수술의라고 부르거나 약사를 약품판매원이라고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용어를 쓰곤 한다. 이전 포스트들에서 말했던 법의관/검시관의 혼동은 오히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경찰청에서 현장감식요원의 공식명칭을 '검시관'으로 정한 이후 이런 혼동이 상당히 복잡한 방향이 되긴 했지만) 어차피 법의관/검시관 자체도 단어의 유래와 의미를 생각한다면 썩 제대로 붙인 이름이라고 보기 힘드니 말이다. 어쨌든.......
>> 어깨너머로 본 부검과 직접 집도한 부검은 크게 다르다. 물론 보는 사람의 법의학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더 크게 차이가 나긴 한데다가, 케시 라익스의 법의학적 지식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법인류학과 법의병리학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어쨌든 그냥 옆에서 피상적으로 관찰한 부검은 '일반인스러운 묘사'와 '교과서적인 오류'를 합친 문장을 만들게 된다. 거기에 약간 이상한 번역이 합쳐지면서 이해할 수 없는 괴기스러운 문장이 탄생한다. 법인류학이나 해부학적인 부분에서 비교적 적절한 묘사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눈 결막의 점상출혈은 정확히 말하자면 목졸림(strangulation은 교사(- by ligature)와 액사(manual -)의 두 가지로 구분하며, 모두 합쳐서 목졸림이라고 하는 쪽이 적절한 번역일 것이다)의 전형적인 징후도 아닌데다가, 목을 졸랐을 때 이런 형태의 손상이 생기게 하는데 필요한 힘은 본문과는 달리 그다지 크지 않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대충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포스트로 다시 넘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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