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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다행스럽게도' 개에 물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얘기는 '그런데 뭐?' 라던가 '그게 어쨌다는 건데'라는 일반적인 반응을 얻기 위한 그런 말은 아니다. 좀 더 부연하자면,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개들을 무척 좋아했었고, 지금도 방법론적으로는 크게 변화하긴 했지만, '개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그리고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개들와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개에 물린 적이 없다는 얘기다. 사실 개에 물리는 건 일상생활에서 드문 일은 아니어서, 미국에서 개에 물리는 사고는 1년에 백만 건이 넘는 것으로 보고 되어 있고(대략적인 피해자 숫자는 백만에서 4백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근 40년을 살면서 개에게 물려보지 않은 것은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흔하게 보는 개에 물리는 개같은 경우 중에서 심한 손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아서, 미국에서는 사망예는 1년에 1억명 당 7.2명 정도이고,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거의 없는 소아(전체의 85%이고 1/3정도가 1세 미만)나 노인이었다[1,2]. 어린애들의 희생이 많은 이유는 아이들이 개와 더 많이 놀며, 개들의 행동을 파악하는데 경험이 부족하고, 개를 놀라게 하거나 자극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3]. 이런 식으로 대충 따져보면, 건강한 성인이 개에 물려 죽을 가능성은 로또 당첨확률보다 좀 더 낮은 듯하지만, CSI: 6x09 - Dog Eat Dog에서는 현실에서는 아주 드물게 보는 성인이 개에 물려 사망한 경우가 나오는데...... ![]() 물론, 기본적으로 집에서 기르는 개라는 동물(Canis familiaris) 자체가 400개 이상의 다양한 종류로 구성 되어있기 때문에, 개에 대한 공격 자체를 하나로 묶어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치명적인 예에 한해서는 대부분 특정종류의 견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을 듯하다. '적어도 저런 현장은 개에 의한 건 아닌 것같군' 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다시한번 반복해서 말하자면 과학의 세계에서 '결코'라는 말은 없으니, 대략적으로 말해서 일반적인 '살인용' 개에 의해서 저런 현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SRM이 제거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vCJD가 생길 가능성과 비슷하다고 해둘까. ![]() 위의 그림처럼, 치명적인 개의 공격의 주인공은 대개 잘 알려진 바대로 핏불테리어(혹은 불테리어 종류 모두), 로트와일러, 독일세퍼드 등이다. 물론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진 '도사견(tosar)'같은 혼합견종이나 도베르만 같은 견종도 한몫을 하지만 말이다[2]. 참고로, 이 에피소드에 나온 골든 리트리버는 사람을 거의 물지 않는 순한 견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자료[3]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성인이 개의 공격에 의해 사망한 658 예에서 골든 리트리버에 의한 사망은 단 한 건도 보고 되어 있지 않다. 반면 현실세계에서 '개같은 경우'의 주인공인 핏불테리어가 활약한 예는 그 중에 400예가 넘으며, 로트와일러와 함께 묶으면 거의 80%에 이른다. 다른 견종과는 달리, 핏불테리어는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동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에 의한 피해자는 소아만큼이나 성인이 많다. 이들은 경고없이 공격을 시작하기도 하는데다가 (일반인이 개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꼬리를 흔히 짧게 짜르기 때문에 공격 경고를 알아채기도 그다지 쉽지 않다. 그럼 왜 이런 실제 '살인사건의 주인공'들을 제끼고, '온순한' 골든 리트리버가 주인공이 되었을 것 같냐고? 간단히 생각해봐도 쉽게 답이 나온다. 아무리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경우라도 핏불테리어나 로트와일러같은 맹견이 연약한 여자의 목을 무는 시늉을 한다면 어떤 여배우라도 제 정신이라면 자신의 목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 아닌가. 일단 촬영 자체부터 더미(dummy)나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스토리 상, 핏불테리어나 로트와일러같은 맹견을 집안에서 아무런 보호장비없이 키울 정신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고, 에피소드에서 나온대로 손에 고기를 묻혀서 개를 유혹하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가 팔이 잘려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골든 리트리버보다 좀 더 가능성이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나 독일 세퍼드같은 견종이 더 낫지 않았겠냐고 말할 수 있지만, 이들은 성인에게는 거의 피해를 끼치지 않는 종류들이다. 어쨌든, 이 문제는 시청자들이 백배 양보해서 제작상의 편이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치자. 그리고 언제나 광견병을 비롯한 개의 질병이나 약물들이 '이상한 습성'을 만들 수 있으니 뭐 거기까지만 얘기하기로 하고....... 일반적으로, 이런 개들은 팔이나 목 같은 작고 둥근 형태를 가진 부위를 주로 문다. 턱의 모양에 따라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개가 문 상처의 특징적인 형태는 한쌍의 송곳니(canine teeth)에 의한 손상이다. 이들은 견종에 따라 4-7cm 정도 떨어져 있고, 주로 깊이가 감소하는 질질 끌린 모양의 평행선상 피부까짐의 형태를 띠게 되고, 아이들에서는 뼈를 뚫는 구멍으로 나타날 수 있다. 피부의 파열이나 피부밑조직의 좌멸을 볼 수도 있고, 목이나 어린아이의 머리뼈 등이 공격에 의해 터질 수도 있다[4]. 여기까지는 '단독범에 한정된 얘기'이고, 소수이지만 '개떼 공격'이라는 실제보다 게임이나 운동경기에서 많이 들었을 용어도 등장할 수 있다. 개들의 습성상 여러가지 상황에서 개떼의 공격이 일어날 수 있고, 이런 경우 손상이 훨씬 복잡하게 될 수 있다. 여기까지도 그저 그들이 단순히 '공격'만 할 때의 얘기이다. '공격'후에 '식사'를 좀 하게 되면 대략 이런 정도의 상당히 기괴하긴 하지만, '익숙한' 사건현장이 나타나게 된다. ![]() 이정도 되면 개의 공격자체보다는 다른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개들에 의한 사후손상같은 복잡한 문제는 나중에 다시 다루기로 하자. 과연 개가 공격한 것일까 다른 원인에 의해서 사망한 시체를 개가 '정리한' 것일까를 따지는 문제야말로 어떤 의미로든 그다지 쉬운문제는 아니다[6]. 이 포스트에서는 그건 대충 넘어가기로 하고....... 일반적으로 그림 6.9.1 같은 일반적인 범죄현장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까닭은 개들의 공격습성 때문이다. 물론 목부위를 깨물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지만,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성인여자가 개의 공격을 받았을 때 아무런 저항이 없이 얌전히 목을 내주는 일은 없고, 개도 '이정도면 피흘려서 죽겠구나'하고 공격을 중단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기대되는 흔한 손상은 팔이나 위팔에서 보는 특징적인 이빨에 의한 손상과 대략 봐도 그외의 가능성을 생각하기 힘든 심한 목의 손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개가 럭비라도 배운 후에 낮은 태클을 해서 넘어뜨린 것이 아닌 다음에야, 앞발에 의한 손상이 전혀 없는 것도 보기 어려운 장면이 되겠다. 특히 이 에피소드에서 설정된 대로 개의 '조건반사적인 분노'에 의한 살인의 경우라면, 보통 개가 극도로 화가 났을 때는 강하게 목부위 등을 물면서 고개를 움직여서 여러방면으로 찢긴 상처를 만들곤 한다. 물론 '개가 비교적 상식이 있고 절제가 가능한 고매한 인격을 가진' 아주 극단적인 경우라도 개의 입에 물린 상처가 그림 6.9.4 같이 만들어진다는 건 확실하게 상식밖의 일이다. 게다가 사인을 설명하면서 제시된 아래 그림 6.9.5과 같은 장면 역시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개도 '안아주세요'의 느낌이고, 당하는 여자도 '어이구, 귀여운 것'의 느낌마저 주는 훈훈한 가족드라마에나 나올 수준이다. 물론, 동물배우(?)에게 그 이상의 명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저 상황에서 아무런 손상없이 목만 깔끔하게 베어지는 건 '당연히 개 따위의 동물에 의한 손상이겠군'이라는 시청자들의 섵부른 추정을 불허하는 작가님들의 숭고한 뜻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그리고 해부학을 무시한 괴상망측한 손상이 나타나는 것 역시 작가님들 혹은 연출진들의 아스트랄하고 SF적인 웅대한 세계관에 기반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 ![]() 한가지 특기할 사실이라면, 대개의 범죄(?)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아는 사람을 주로 문다'는 사실이다. 많은 경우, 가족 내에서 기르던 개 혹은 이웃집 개가 범인(?)이 되는 것은 주로 어린이나 노인이 피해자인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인이라도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이 야영중에 발생하는 들개의 집단 공격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성인이 생활하면서 '모르는 개들과의 근접조우'가 일어날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 어쨌거나 이런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난관들을 지나서 '범인으로 추정된 개'가 연구소 안에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나왔던 '슈퍼 CSI요원'이 무색하게 아시아 계열의 요원이 개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우선 (골든 리트리버 같은 온순한 개들이 사나워질 수 있는 일반적인 경우인) 광견병(rabbies)은 아니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주절주절 거리는데....... 물론, 현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을 것 같긴 한 것이, 미국에서는 크게 다른지 몰라도 대개의 나라들에서는 일단 이 개는 검사가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사살된 뒤 머리뼈를 통채로 드러낸 후에 나머지 검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의 내용처럼 사람을 물어 죽인 개를 '개에 대해 전혀 상식이 없는 요원들이 산채로 잡아서 어쩌고......' 이후에 나올 얘기는 드라마에서와 달리 '연쇄살인마 개 등장'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물론 만약 그랬다면 이후의 반전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여자가 수의사인지 홍콩에서 온 술집아가씨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잘 내주지 않는 요원의 자리'를 쉽게 덜렁내준 것으로 미루어 실제에서는 이 여배우의 아버지가 CBS에 큰 돈을 투자하는 중국계 마피아나 흑사회의 보스 아니면 재벌은 혹시 아닐까도 잠시 생각해봤지만...... 뭐 하여간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자기들끼리 '과학잡지에나 나올만한 얘기로 얼렁뚱땅 시간을 때우기'를 안하고 전문가를 동원했다는 게 다소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잠시 생각했는데...... ![]() 어라, 이게 무슨 일일까. 자기들이 얼렁뚱땅 해도 되는 일은 수의사에게 맡기고 치아의 대조검사 같은 '전문적인 일'을 쥐뿔도 모르는 요원들이 한다는 건 또 뭘까. 차라리 개들의 DNA검사 같은 거라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런 손상에 대한 대조검사는 '그냥 그림맞추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자주 설명한 바가 있다. 이건 마치 법의관에게 현장 조사를 시킨 이후에 CSI요원들이 부검을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런 부검도 '법적으로 허용만 된다면' 자기들이 직접할 것 같은 그런 막장드라마이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문헌 1. 드 무니크 K, 반데 부르데 W. 치명적인 개의 공격의 법의학적 접근: 사례보고 및 문헌고찰. Int J Legal Med 2002;116:295-300. 2. 츄코스 M, 비야드 RW, 퓌셀 K. 살점이 발라지고 머리가 잘린, 광범위하고, 절단된 머리얼굴 외상- 소아에서의 치명적인 개의 공격의 특이한 형태. Am J Forensic Med Pathol 2007;28:131-6. 3. 클리프턴 M,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의 공격에 의한 사망과 사지절단(1982. 9 ~ 2006. 11), 출처미상. 4. 동물에 의한 손상 중, '개들' [메이슨 JK, 퍼듀 BN. '외상의 병리학' 제3판, 2000, 아놀드, 274-5]. 5. 크넵시 B, 콘돈 KC. 개떼공격으로 생각되는 심한 개에 물린 손상: 문헌고찰과 7예의 보고. Injury 1995;26:37-41. 6. 스테드먼 DW, 온 H. 실내환경의 개에 의한 유해손상. Forensic Sci Int 2007;173: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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