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LV 8x15- The Theory of Everything
    * 뭐 사실대로 말하면 이 포스트는 2년에 걸쳐 제작된 역작(?)이다. 물론 역작이라는 말의 의미가 일반적인 뜻과는 다소 다를수는 있겠지만, 하여간......분명 이 포스트는  이 에피소드를 처음 본 날에 작성하려고 하다가 그 이후 정말 눈코뜰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서 결국 방치해놨고...... 이상하게도 바쁨의 피크를 치닫던 요즘(2009년 2월말)에야 '어 이거 쓰다 말았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뭐 어쨌거나......  


        그림 8.15.1 특별한 외상의 소견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죽음은 [____] 다? 

    한 드라마에 작가가 여럿이다보면, 드라마의 줄거리나 세부적인 주제의 흐름 혹은 플롯 자체에도 일관성을 잃기 쉽다는 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얘기일 것이다. 물론 혼자서 몇몇 새끼작가(?)들 데리고 하루에도 수백 페이지의 대본을 만드는 우리나라 몇몇 작가들에게는 그다지 해당되는 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요즘 미드, 특히 한 에피소드마다 나름대로 맺고 끊음이 확실한 드라마에서는 이런 일은 아주 흔하다. 시트콤은 말할 것도 없는 것이, 심지어 어떤 시트콤은 '일치'라는 것 자체를 웃음의 소재쯤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니말이다. 어쨌거나 CSI는 상당히 여러 작가(사실은 그보다 많은 '새끼작가'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들이 기본 플롯은 유지하는 수준에서 서로 다른 특이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부 에피소드는 퀜틴 타란티노 같은 유명인이 참가하기도 했지만....... 필자가 때때로 언급하는 몇몇의 에피소드에서 자주 등장하는 작가가 있다. 대개는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캐롤 멘델슨이라는 작가인데.......

    뭐 수고스럽게 이 사람이 어떤 에피소드를 썼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 필자가 '참 말도 안되는 소리를 대본으로 승화시키느라 수고했다'고 빈정거린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그녀의 작품이니 말이다. 물론, 이 에피소드를 비롯해서 그 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에서 작가는 그녀 혼자였던 적은 없지만, 언제나 대략적인 교집합을 따져보면 이런 '합리적인 의심'이 그다지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거나......

    어쨌든 이런 에피소드들의 일반적인 내용은 '그럴 듯한 이론적인 배경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스토리를 만들어 놓고, 그와는 별개로 시청자들을 위한 많은 함정을 준비한 후, 요원들이 좌충우돌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형식'이라는 뭐 일반적인 디즈니 어드밴처 무비같은 느낌을 주는데, 다른 부분이야 어쨌든, 그 '나름대로의 상상력'이 언제나 다른 부분을 망가트리기 때문에 필자의 빈정거림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식의 형식은 어드벤처 무비의 '성장 이벤트'를 어느 정도 포함하거나, 시청자들을 위한 '유치한' 함정에 요원들도 함께 빠지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앞뒤 에피소드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깨트리기 쉽다. 시작할때는 바보였다가 끝날때는 모두 똑똑해지는 에피소드는 시즌 당 하나 이상 있으면 안된다. 시청자들의 일반적인 기억력은 적어도 '붕어'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이 에피소드는 이 포스트에서 다룰 부분보다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편두통약부터 시작해서 스펀지로 만든 뇌를 인형대가리(사람의 머리는 '머리'고 짐승의 머리는 '대가리'라면, 인형의 머리는?)에서 꺼내서 파인애플을 자르듯 양분하는 꼴을 보면서도 뭔가 진지한 얘기를 할 정도의 무감각한 사람은 아닌지라, 뭐 그건 그렇게 넘어가기로 하고......(사실 이런 식으로 나열하는 꼴도  어쨌거나 이 작가가 포함된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이 포스트에서 다룰 것은 자기 집 안방에서 죽은 두 노부부의 이야기이다. 

    건강해 보이던 두 명 이상의 사람들특정한 외상없이 같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죽는 일은 거의 대부분 외인사(물론 특이한 경우에서 내인사일 수도 있긴 하지만)로, 현장에서 특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대개 부검의 대상이다. 그리고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음독 혹은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이 주된 원인이 된다. 이런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기본적인 법의학 상식에 대해 이 작가는 잘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모른채 하는 건지 아주 이상한 접근을 시도하는데......   

        그림 8.15.2 이건 너무 많이 써먹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심장박동기(pacemaker)에 의한 사망사고는 사실 실존하는 것보다 자주 드라마나 영화에 다루어져 왔다. 그리고 대부분 사실에 근거한 것이긴 하지만, 표현이 심하게 왜곡된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흔히 접하는 얘기 중에 하나가 휴대폰이나 전자렌지같은 생활속에서 보는 기계들에 의해 쉽게 오작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아냐?'라고 얘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전설은 의외로 병원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의료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는 휴대폰의 사용을 금합니다.'라는 망발이나 '밀레니엄버그'같은 사기에 익숙해진 작가들의 장난일 뿐이다. 가슴에 이식하는 심장박동기 또는 이식형 심박조율기/제세동기(ICD라고 한다)같은 것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사이 얼마나 많은 기술의 발전이 있었는지에 대해 안다면 저런 내용이 드라마나 영화에는 이제 그만 나와도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주장하기 힘들 것이다. 뭐 일단 이게 정답은 아닌 것 확실하니까 여기까지 해두고.......


        그림 8.15.3 청산은 그렇다고 치고, 99의 quality는 도대체 뭔가?

    여기서 청산염이 등장한다. 물론 청산(시안화물, cyanide)에는 흔히 '청산가리'라고 알려진 시안화칼륨(potassium cyanide, KCN)과 시안화나트륨(sodium cyanide)같은 염(salt)외에 시안화수소(hydrogen cyanide, HCN)같은 가스형태(실제로 이런 청산염의 독성에 주된 기여를 하며, 나찌의 유태인학살, 히틀러의 자살 그리고 가이아나에서 태양사원의 비극 등의 원인이 된 것은 시안화수소이다)도 존재하며, 그 외에도 독성이 강하지 않은 시안화물이 여러 종류 존재하니, 단순히 시안화물을 모두 청산염이라고 하기는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 주변에서 청산염은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은 독극물이다. (여기서 계속 청산염, 청산가스, 시안화물, 시안화수소 등의 용어가 아무렇게나 혼재되어 쓰이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독물의 이름과 실제 통용되는 이름이 다른 까닭으로, 여기서는 '시안화~'라는 용어를 주로 쓰고자 한다. 하지만 뭐 얘기하다보면 어차피 섞여 나올 수 밖에 없을꺼다.) 이 에피소드에서 나온 '쥐약 대용' 이나 '구리조각에서 색깔 내는데' 쓰이는 것보다는 좀 더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며, 잘 알려진 광산업, 전기도금, 야금술, 보석세공과 사진술 등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CSI에서도 시안화물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서, 부지런하고 기억력이 좋은 시청자라면 이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여러 에피소드에서 대략 아래와 같은 정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지식들이 에피소드 자체에서 모두 설명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1. 시안화수소(HCN)은 약한 아몬드 냄새가 나는 무색의 가스로, 이 냄새는 성염색체관련 유전에 의해 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안화나트륨과 시안화칼륨은 흰색의 가루로, 습한 공기에서는 역시 약한 아몬드 냄새가 난다.
   
    2. 시안화물은 일부의 세균, 곰팡이나 조류(말무리)에서 만들어지고 많은 음식(사과씨, 망고, 아몬드 등에도 미량존재한다)과 식물에 존재하며, 나무, 종이, 플라스틱, 합성물 등의 열분해(pyrolisis)로 생성되고, 내연기관의 배출물, 담배연기 등에도 존재한다. 화재는 가장 흔한 시안화물의 근원으로 화재 희생자에서 드물지 않게 청산염이 검출되는 예를 볼 수 있다.

    3. 시안화물은 자살 용도로 많이 쓰이는(문헌에 따르면 전체의 희생자의 70% 정도) 독성물질로, 일부는 여러가지 제조공정에서 나온 가스형태로 사고사를 유발하기도 하고, 때때로 타살 예가 보고되기도 하며, 테러무기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4. 흔히 시체에서 선홍색 시체얼룩(시반)을 볼 수 있고, 식도나 위에서 점막의 손상을 보는 외에 특기할 부검소견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이들 모두 '교과서에 언급된 사실'이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쩌면 더 이상의 추가적인 언급이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사실들에 기반해서 이 작가가 어떤 '웃기지도 않는 에피소드'를 버무려 놨는지 일단 보고 설명을 해보기로 하자.

        그림 8.15.4 건물의 화재는 생활 속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청산가스의 보고(?)이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두 노부부의 사망원인은 화재사였다. 물론 이 에피소드를 끝까지 봤다면, '청산중독이 아니고, 화재사였던 건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오래된 목재 건물의 화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은 거기서 배출된 청산때문이 아니었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단 두 가지일 뿐이다. 비교적 방에서 떨어진 곳에서 화재가 있었고, 시체에서 상당량의 시안화물이 검출되었다는 것 두 가지 말이다. 시안화물이 몸에서 상당량(사실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99라는 숫자는 어떤 단위이던 참 낯선 숫자이긴 하다. 만약 흔히 쓰는 mg/L 단위라면 일반적인 화재 사망예에서 보는 것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이긴 하다) (다시 보니 quality가 99였다. 어쩐지 단위도 없는 수치가 나온게 이상하긴 했는데) 검출된 것 만으로 사망원인을 청산중독이라고 얘기할 수 없냐고? 간략하게 말하자면 답은 '그럴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굳이 한 마디 덧붙이자면, 화재사라는 것이 독자들의 심기를 거슬린다면, 조금 더 길게 '화재로 인한 매연(fire smoke)에 의한 사망'이라고 부연해야 겠다. 물론 이것이 우리가 화재사라고 통칭하는 것의 일부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 혈액에서 검출된 것이 그냥 시안화물일 뿐이더라'고 말이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그럼 이쯤에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져서 친구같이(?) 느껴지던 청산의 다른 얼굴을 잠시 얘기해야 할 것같다.   

    일반적으로 화재로 사망한 예에서, 심지어는 명백한 화재사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는 가운데 건물 속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이다가 사망했다던가, 유서 등을 남기고 분신했던 경우 등이 되겠다) 예에서 간혹 시안화물이 체내에서 검출되는 일이 있다. '청산'이라는 상당히 매력적인(?) 독극물의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몇몇 일부 CSI 오덕후들이 쾌재를 외치며 '화재사로 가장된 독살이네'라고 외칠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실제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사는 화재사일 뿐인 것이다. 이런 시안화물은 구조물의 화재로 인해, 매연의 일부로 흡입되었을 뿐이고, 이런 경우 사망자의 몸에서 시안화물이 나왔다는 것은 오히려 모호한 화재관련 사건에서 반대로 '가장된 죽음이 아닌 정말 화재사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사실일 수도 있다는 거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화재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은 시안화물을 배출하는 '보고'이다. 마치 일산화탄소 흡입이 '살아있을 때 매연을 흡입했다는 증거'로 생각되듯, 시안화물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는 것은, 분명한 화재사인데도 불구하고 화재사의 절친한 친구(?)인 일산화탄소는 어디가고 시안화물만 검출되었을까 라는 것과, 매연에는 수많은 물질들이 포함된 것으로 아는데 '화재사를 의심하기 어렵게' 유독 시안화물만 검출되는 것일까 라는 것이겠다.

    일단 첫번째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몇몇 유명한 화재사건에서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일반적인 치사량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에 시안화물이 체내에서 3mg/L이상 검출된 예가 상당 수 있었다(87명이 사망한 해피랜드 소셜클럽 화재사건에서는 3mg/L이상의 시안화물이 나온 경우가 25% 였고, 50% 이상의 일산화탄소가 나온 경우가 98%였지만, 반면에 54명이 사망한 맨체스터 항공기 화재사건에서는 각각 33%, 21%였으며, 97명이 사망한 듀퐁플라자호텔 화재사건에서는 각각 5%, 5% 였다[5,6]). 물론 기본적으로 흡입가스의 성분에 여러가지 이유로 일산화탄소(CO)보다는 시안화수소(HCN)의 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사건을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같은 형태의 사고에서도 이 두가지 독극물의 체내 함량이 다를 수 있고, 심지어는 같은 사건에서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도 차이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대로, 화재사의 주된 사망 원인이 매연(fire smoke)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사실 이 기전은 의외로 좀 더 복잡한데....... 일산화탄소와 시안화물에 관해서만 짧게 말하자면, 둘 다 사망에 이르기까지는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부 열혈 법의학 매니아는 '높은 농도에서는 둘 다 빠른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지 않나'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비교적' 이라는 것은 화재에서의 사망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비해서 느리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5]에서 화재가 일어난 방에서 일산화탄소와 시안화물의 농도는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긴 하지만, 실제로 빠른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요소는 열기와 낮은 산소농도였다.

  그러나 화재가 일어난 방이 아닌 주변에서는 열기와 낮은 산소온도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고, 여기서부터 일산화탄소와 시안화물의 잔치가 벌어진다. 앞서 말한 맨체스터 항공기 화재에서는 대부분의 사망자에서 시안화물이 상당량 검출되었는데(실제 치사량으로 추정되는 양은 일부였음), 이는 항공기라는 특수한 사항(이를테면 항공유의 연소라던가, 기체의 구조물 따위)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른 일반적인 건물화재에서도 상당한 시안화물이 검출되는 것을 본다. 물론 실제로는 일반적인 건물 화재 상황에서는 의외로 생각보다 낮은 양의 시안화수소만이 대기중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산화탄소만큼이나 상당한 양의 시안화수소가 검출되는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비교적 늦은 사망 속도'에 일부 책임이 있다. 대개 높은 농도의 일산화탄소 또는 다른 매연물질에 의해 화재 희생자들이 의식을 잃게 되어 이후 일산화탄소나 시안화물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게 되는 것이다. 

    사실 화재사에서 치사량으로 생각되는 (흔히 40%나 50%라는 말이 교과서에 조심스럽게 나오긴 하지만) 혈중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OHb)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화재사의 부검에서 얻어지는 혈중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OHb) 농도는 일반적으로 상당히 높지만, 적지 않은 예에서 다른 원인의 죽음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게 낮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유들의 일반적인 답은 대개 '완전 개방공간 또는 공기의 유통이 좋은 곳에서 화재사하는 경우'라던가 '열 자체, 낮은 산소 혹은 다른 매연 중 유독물질에 의한 사망의 경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개별사건에서는 그 원인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이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그런 형태(화재는 먼 곳에서 시작됐고, 주로 매연을 만든 물질은 목재이며, 사망자가 있던 방에서는 전혀 화재의 근거를 볼 수 없는 곳)는 사실 왜 일산화탄소는 검출안되고 시안화물만 '상당히 높게' 검출되었을까에 대해 답하기가 무척 곤란한 경우일거다. 굳이 답을 대라고 한다면, 그냥 에피소드에서 '시안화물은 다양한  이유로 검출된다'라는 대명제에 충실한 작가의 부족한 상상력에 기인한다고나 할까.

   덧붙여 일산화탄소나 시안화물 외에 매연 중에 존재하는 다른 유독기체는 왜 검출되지 않을까의 의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실제 그런 가스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검사보다 좀 더 복잡한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런 가스들의 존재유무가 사인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의 검출을 위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답이 되겠다. 

    어쨌거나, 이런 무리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에피소드는 '화재사에서도 청산염이 나온다'라는 지극히 잘 알려진 대중법의학 지식을 다시 일깨워준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에피소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에피소드가 지극히 재미없고 황당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잃는 것이 있어야 얻는 것도 있는 게 인생아닌가?'라는 궤변으로 대충 마무리하고 말이다.   

     참고문헌

    1. 위키피디어, 청산염(http://en.wikipedia.org/wiki/Cyanide)
    2. 시안화물 [사우코 P, 나이트 B. "나이트의 법의병리학", 제3판, 2004, 아놀드, pp. 585-7].
    3. 시안화물 중독[스피츠 WU. "죽음의 의료법적인 연구" 제4판, 2007, 토마스, pp. 840-1].
    4. 화학적 질식제 [디마이오 VJ, 디마이오 D. "법의병리학". 제2판, 2001, CRC 프레스, pp. 270-2]
    5. 앨라리 Y. 화재 연기의 독성. Crit Rev Toxicol 2002; 32: 259-289.
    6. 엑스타인 M, 마니스칼코 PM. 매연흡입에 관하여 - 급성 시안화물 중독의 가장 흔한 원인. Prehosp Disast Med 2005;21:s49-s55.
by 산채비 | 2008/09/15 22:58 | Who Are You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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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크네스 at 2009/03/21 22:33
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이군요. 요즘은 CSI를 보고 여기의 설명을 봐야 뭔가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듭니다.
Commented by 정worry at 2009/04/08 17:44
오랜만에 새 글이 올라와서 반갑습니다. RSS 구독신고 아마도 이제 하는 것 같습니다. ;; 약간 알딸딸하니 이해 못하기는 합니다만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저는 제 전공 때문에 "어쨌거나 CSI는 상당히 여러 작가(사실은 그보다 많은 '새끼작가'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들이 기본 플롯은 유지하는 수준에서 서로 다른 특이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구절이 눈에 딱 들어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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